90%가 넘는 일본 대졸 취업률의 진실은?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거의 매년 상반기·하반기마다 일본의 높은 청년 취업률을 주제로 기사를 씁니다. 기사를 보면 일본 대졸 취업률이 매우 높은데,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댓글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반응을 보면 자조적인 내용과 일본이 부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근데 사실일까요?


일본 대졸 취업률

(매년 취업률이 스고이)



 1985년부터 1991년까지의 일본은 자산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거품이었고, 거품은 금방 가라앉았습니다. 거품이 가라앉은 후인 1991년부터 2000년까지의 일본은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고, 일본인들은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 또는 버블 붕괴라고 부릅니다.


 일본 니케이 지수


 이 시기의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보면 부동산과 주식은 폭락했고, 은행과 기업은 줄줄이 도산했습니다. 버블붕괴 이후 10년 동안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0%였는데, 이전까지는 매년 평균 5%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해온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거품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속 노력했으나 극복하지 못했고, 2000년대 자유민주당 고이즈미 정권이 집권하면서 고강도 개혁을 통해 회복세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고이즈미


 근데 2008리먼 쇼크가 발생하면서 일본은 또다시 휘청거렸습니다. 이때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불황을 겪었는데, 그중에서도 일본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미국·중국 등은 금융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했으나 일본은 2009년 하반기가 돼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일본 대졸 예정 청년 취업률

(후생성)


 이렇게 엄청난 경제 불황을 겪어오는 동안에도 일본의 대졸 예정 청년 취업률은 90% 이상이었습니다. 위 자료가 언론에서 많이 참고하는 자료인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저렇게 취업률이 높으면서 경제가 힘들다니...뭔가 이상합니다. 위 통계자료는 일본의 중앙행정기관(후생성)에서 내놓은 자료로 오류가 있습니다.


일본 대졸 예정 청년 취업률

(국립 21개교, 공립 3개교 등 112개교 중 6,250명을 대상으로 진행 ⓒ일본 문무과학성(2014년도 대학 졸업자의 취업 상황))


 위 통계 자료는 상위권 대학 중에서 일부 구직 활동을 열심히 하는 대학생만을 참고해서 만든 자료이고, 비정규직도 포함했습니다. 해당 내용을 기사 내용에 첨부함에도 많은 사람이 기사의 헤드라인만을 보고 전체 내용을 판단하면서 다소 오해가 생겼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청년 취업

(니혼게이자이 신문)



 후생성에서 내놓은 통계 자료 말고 2017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기사를 참고해서 보면 대학 졸업 예정자의 90.6%가 취업이 결정됐다고 합니다. 통계를 낸 방법을 보면 대졸 예정자 4,770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조사했습니다. 신빙성 있는 자료로 매우 높은 취업률입니다. 근데 조금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일본은 한국과 취업 시스템이 많이 다릅니다.


 일본 청년 취업


 일본은 졸업예정자 공채가 4학년이 되기 직전인 3월쯤에 열려서 6~7월쯤에 거의 마무리니다이 시기에 취업하지 못 하면 취업이 힘들어지므로 유급 신청을 하고, 유급 신청한 학생들이 통계에서 빠지므로 상대적으로 대졸 취업 예정자는 높은 취업률을 보입니다.


일본 대졸 취업자


 또한,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스펙보다 가능성을 보고, 직원을 뽑아서 교육시킬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경력 있는 신입사원을 원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없는 진짜 신입 사원을 모집합니다.(이 부분은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취업 교육

(일본 토카이 대학의 취업 지원 관련 사진)



 그리고 일본은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위한 취업 지원 시스템이 매우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취업이 안 되면 매칭 서비스도 제공하고기업에서 돈을 부담하게끔 합니다. 또한, 대학마다 취업 상담실이 있어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코칭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이 시기에 취업을 못 하면 힘들어지므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곳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경제)


 거기에 일본은 엄청난 초고령화 사회입니다. 2015 인구 고령 사회 백서에 따르면 일본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26%나 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사실상 이민 수용국가로 정책을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신입사원 일자리 경쟁이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일본의 대학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률은 높은 편입니다. 근데 과연 좋은 걸까요? 냉정하게 보면 모든 사람이 취업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우수한 게 아닙니다. 또한, 이들의 임금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기업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한다면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근데 왜 임금이 높지 않을까요? 일본 기업들은 버블 붕괴와 리먼 쇼크 사태를 겪고 나서 재무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신입사원에게 많은 돈을 주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일본인 급여 명세서

(모 일본인의 급여 명세서)

 

 그래서 학부 졸업 기준로 약 20~25만 엔 전후를 받습니다.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약 200~250만 원으로 신입사원치고는 많이 받는 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 세금을 떼면 약 15~20만 엔 정도가 남습니다. 이외에도 기업에 따라 잔업수당이나 보너스, 퇴직금 등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위의 영상보다 이전에 작성한 글이지만,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해주는 듯 싶어 첨부했습니다).


 다음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대학 진학률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50% 수준이고, 고등학교 졸업만 한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당연히 위에서 언급하는 평균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임금으로 받습니다.


단카이 세대

(단카이 세대: 고령 인구 ⓒ중앙일보)



 근데 앞서 말했듯이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입니다. 4명 중 1명이 노인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고령 인구가 많지 않으므로 어느 순간이 돼서는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연금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일본처럼 노인이 많으면 국가가 모두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가능하게 하려면 경제 활동 인구로부터 세금을 많이 징수해야 하고, 실제 세금을 많이 징수합니다. 따져보면 4대 보험에 주민세, 수도·전기·가스 요금 등을 내면 정말 남는 돈이 별로 없습니다. 여기에 월세도 내야 하는데, 일본에 10년 이상 거주한 한국인 구독자에 따르면 부엌이 2~3·방이 3~4평 정도 되는 원룸의 월세가 약 6~7만 엔이라고 합니다.


아사히 신문 연금

(아사히 신문)

 

 즉, 취업률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연금에 관한 내용을 다룬 일본 아사히 신문의 기사를 보면 연간 소득의 17.3%가 연금으로 빠져간다고 합니다(자료출처: 일본의 행정기관인 총무성의 가계 조사).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된다면 그 부담은 계속 가중될 겁니다.

 

일본 고령층 일

(조선일보 프리미엄)


 그래서 일본 아베 총리는 사회 보장을 축소하려고 합니다. 보장이 적어지므로 일본 고령층의 20%는 일하러 나갑니다. 근데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의 신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윤리적으로 돕는 게 맞으나 도울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하고, 준비했어야 합니다.



고령화 인구

(한경 비지니스)


 근데 우리나라도 조만간 고령화 사회진입합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연금 등의 문제를 겪을 겁니다. 그래서 복지부에서는 국민연금을 개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2018년 12월 14일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단순히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8대 사회보험 중 5개가 8년 뒤 35조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회보험 지출규모

(서울경제)


 시간이 지나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세금을 더 걷거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겁니다. 이렇게 몇 년은 막을 수 있어도 언젠가는 터질 문제입니다. ,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Copyright. 스피드웨건. (유튜브 등 불펌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