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법자금을 사과·비타500 박스 등에 주곤 했을까?


 주제와 같은 상황을 실제 본 적은 없어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들어봤고, 이를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출하는 걸 자주 봅니다. 그래서 머릿속에 주제와 같은 의문이 생기는데, 왜 굳이 저런 공간에다가 뇌물을 전달해주곤 했을까요?


(꿀꺽..)



 사람은 받는 게 있으면 돌려주는 게 있어야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끈끈한 이웃의 정과도 같은데, 뇌물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해서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해 돈이나 물건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행위는 불공정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이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법행위라는 것을 매우 잘 알기에 걸리지 않기 위한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데, 사과 박스나 비타500 박스처럼 돈이 들어있을 거로 생각하기 어려운 곳에 숨겨서 전달하는 식입니다.


금융실명제

(국가기록원)


 원래는 가명계좌의 통장에다가 돈을 넣어서 비밀번호와 함께 전달했습니다. 근데 1993년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면서 이와 같은 방식이 힘들어졌고, 대체 방법으로 추적이 어려운 현금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등장하면서 박스에 돈을 넣어서 주기 시작합니다. 근데 왜 여러 박스 중에서 사과 박스와 비타500 박스에 담아서 주는 거로 많이 알려졌을까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겨놨다가 들킨 25개의 사과 상자(약 61억 원))


 당시 정·재계에서 뇌물을 주고받다가 걸렸을 때 등장했던 게 사과 박스입니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의 비자금 조성 사건과 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사건,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뇌물비리 사건 등이 사과 박스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과 같은 경우는 명절 때 선물로 주기도 하므로 남들이 봤을 때 이상하지 않았고, 상자를 튼튼하게 만드는 편이라 무거운 현금을 넣기에도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굵직굵직한 사건이 해마다 터지면서 대중의 뇌리에 '뇌물=사과박스'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따지고 보면 꼭 사과 박스만 해당했던 건 아닙니다. 라면 박스, 와인 박스, 갑티슈, 골프 가방, 담뱃갑 등 넣어서 전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했습니다. 다만, 대중의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은 게 사과 박스입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그리고 비타500 박스는 2013년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4·24 ·보궐 선거를 앞둔 당시 이완구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비타500 박스에 현금 3천만 원을 전달했다는 증언 보도가 알려지면서 등장합니다. 보통 사무실에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가지 않고, 음료수를 사서 가기에 이상해 보이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겁니다.


 사건 보도되고 나서 조그마한 비타500 박스에 어떻게 3천만 원이란 큰돈이 들어가느냐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는 실험이 퍼지면서 대중의 뇌리에 마찬가지로 '뇌물=비타500 박스'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사과 박스와 비타500 박스에 돈이 얼마나 들어갈 수 있을까요? 여러 실험과 금융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사과 박스는 1만 원권(148×68mm)·5만 원권(154×68mm)으로 각각 4만 장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5만 원권(2009년 발행)이 없었고, 1만 원권의 크기(161×76mm)가 커서 24천 장 정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비타500 박스(222×90×142mm)에는 최대 1억 원까지 넣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 조그마한 상자에 이렇게 큰돈이 들어간다는 게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이런 여러 뇌물 사건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전달 사건입니다. 현대 마이티 2.5톤 차량 1대에 현금을 가득 채운 다음에 150억 원 정도가 실린 차량을 통째로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액수가 워낙 크고, 방식이 독특해서 지금도 회자되는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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