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하고 깰 때 왜 헛소리를 할까?


 해당 주제는 아주 오래전에 받았던 질문인데, 해결을 위해 열심히 자료를 조사했으나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해서 접었던 주제입니다. 근데 다행히 카이스트(KAIST)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 학과를 졸업하고, 관련 분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장현우님의 도움으로 해결했습니다. 장현우님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면 일단 마취부터 이야기해야 합니다. 마취는 약물을 이용해서 일시적으로 몸의 의식과 감각, 운동 등을 차단하는 수단을 말합니다. 주로 수술을 목적으로 하는데, 마취가 없었다면 우리는 수술 중에 엄청난 통증을 느껴야 했을 겁니다.



 신체는 통증으로 느낄 정도의 자극을 받으면 신경 말단에 위치한 통증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신호가 신경을 통해 대뇌까지 전달돼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마취는 약물 등을 통해서 신호 전달 과정을 차단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근데 마취 이후 의식을 되찾는 과정에서 헛소리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이는 마취를 해본 적이 없어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썰로도 많이 볼 수 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하나의 콘텐츠로 보여줄 때가 많아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기에 보는 사람은 정말 재밌습니다. 근데 왜 헛소리를 하는 걸까요?



(giphy)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는 '의식'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위스콘신 대학교의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 정신의학과 교수가 개발한 '통합정보 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해당 이론은 의식에 관한 이론 중 가장 주목받는 첨단 이론으로 '조건 없이 전제된 명제(공리)'가 두 개 있습니다. 첫째는 '의식경험은 풍부한 정보량으로 유지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의식경험은 통합된 것이다'라는 공리입니다.




 이 두 개의 공리를 이용해 의식은 '풍부한 정보와 이러한 정보를 통합시켜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당 이론을 바탕으로 마취를 설명해보면 약물이 뇌의 정보 흐름을 억제해서 부위별 연결을 끊어지게 하면 의식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소멸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취 후 시간 변화에 따른 뇌파의 변화 ⓒWildes TS)


 이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진이 뇌 속 정보 흐름을 관찰해 마취로 의식이 사라지는 원리를 규명한 논문 자료가 있는데, 마취 수술 환자 48명의 뇌파를 측정해서 뇌의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 정보 흐름이 억제될 때 의식이 사라지는 변화를 확인한 논문 자료입니다.



 즉, 부위별 연결이 끊어지면 의식이 소멸한다는 것으로 정보통합이론은 꽤 신빙성이 있는 이론입니다. 근데 마취가 풀리면서 끊어졌던 신경망들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하면 소멸한 의식도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으로 각 부위별 기능이 살아났어도 통합되지 않았으므로 의식이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언어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행동을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기능할 때 말에 논리가 없이 헛소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식이 성립하지 않는 상태에서 말을 했기에 본인이 헛소리했다는 사실도 기억할 수 없습니다.


(베르니케 실어증 ⓒWikipedia)


 그래서 상부 측두엽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후천적으로 손상되면 언어 표현은 잘하나 잘 들어보면 논리가 없는 말을 합니다. 이를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수면마취하고 깰 때 헛소리하는 상황과 다를 게 없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