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

 

설명꾼_송시현

 

 한국의 꽤 많은 사람이 영어를 꽤 열심히 공부를 함에도 배우는 걸 어렵다고 생각해요. 굳이 영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아마 '배우기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또 일본어는 배웠을 때 입문 난이도 자체는 '와 이거 꽤 쉽네?'라고 생각하고 매체로만 일본어를 접했을 뿐인데 꽤 높은 수준의 일본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그렇다면 왜 영어를 비롯한 언어들은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본어는 배우기 쉽다고 느끼는 걸까요?



 그래서 우선, 언어들의 문법적인 유형을 먼저 알아보려 해요. 전부 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문법 성질을 크게 3가지로 묶어 나누자면

 

1. 고립어(Isolating Language)

2. 굴절어(Inflectional language)

3. 교착어(Agglutinative language)

 

이렇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1. 우선 첫 번째 '고립어'는 형태소 대부분이 변화를 거치지 않고 그 자체로 단어가 되는 언어들을 말해요. 이 언어들은 대부분 문법적인 요소가 거의 없는 대신에 통사적 안정도는 높지만, 자유도가 떨어지는 (주어+동사+목적어, SVO) 형태를 가지고 있고 형식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 고정된 어순이 있단 말이에요.

 

 또한, 비분절 음운인 성조, 장음 등을 통하여 단어의 뜻을 구분해 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 고립어에 속하는 대표적인 언어는 바로 중국어, 티베트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이 있어요. 예문을 써 보자면 (我愛你, 你愛我嗎? -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나를 사랑하니?) 와 같이 단어의 위치에 따라서 주어 목적어가 결정되는 것과 , , 등의 한자가 특별한 변화를 거치지 않고 그 자체로 사용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2. 아마 개인적으로 굴절어와 같은 언어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생소할 거라 생각해요. 이들 언어는 앞서 설명한 고립어에 비해서 상당히 자유로운 어순을 사용할 수 있고, 단어들의 문법적인 성, , , 인칭, 시제 등에 따라 말의 꼬리(어미)가 굴절하는 언어, 그러니까 형태에 의존하는 언어들이거든요.

 

 대표적으로 인도유럽어족, 아프리카 아시아어족에 속하는 언어 중에 굴절어가 많아요. 그럼 여기서 잠깐! '굴절'에 대해서 보충설명을 해 볼까요? 굴절이란 말 그대로 위에 나와 있던 성, , , 인칭, 시제 등에 따라서 변화하는 걸 말해요. 굴절은 이따가 설명할 교착어의 '교착'과는 다르게 어근과 접사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아무튼, 러시아어에서 '말하다'를 뜻하는 가바리찌 (Говорить) 로 동사 굴절의 예를 나타내볼게요. 


Я говорю (1인칭 단수, 나는 말하다)

Ты говоришь (2인칭 단수, 너는 말하다)

Он/Она говорит (3인칭 단수, /그녀는 말하다)

Мы говорим ( 1인칭 복수, 우리는 말하다)

Вы говорите ( 2인칭 복수, 당신()은 말하다)

Они говорят ( 3인칭 복수, 그들은 말하다)


 와 같이 인칭에 따라서 총 6개로 어미가 바뀌면서 굴절을 해요. 근데 이건 인칭에 따른 굴절이고 시제와 성에 따른 굴절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Я/Ты/Он говорил (단수 남성 과거, //그 는 말했다)

Я/Ты/Она говорила (단수 여성 과거, //그녀 는 말했다)

Мы/Вы/Они говорили (복수 과거, 우리/당신들/그들 은 말했다)


... 아주 저 문법적인 요소들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게 바로 굴절입니다. 아마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배우신 분이라면 책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굴절 때문에 고통을 받았을 거라 생각해요. 이해합니다.

 

3. 교착어는 바로 한국어가 속한 문법 유형이에요! 이 언어들은 굴절어의 '성수격인칭시제'와 같은 문법적 형태가 많이 있지 않고 어근에 접사를 붙여서 말을 무지막지하게 늘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격을 나타내는 '조사'를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나는 물을 마시고 싶다.'

みたい。」

'Ben su içmek istiyorum'

 

 란 문장을 나+는 물+을 마시+++다 와 같이 분해할 수 있어요. 일본어로도 마찬가지로 +++みたい와 같이 분해할 수 있고요! 터키어도 ben+su+içmek+isti+yorum 과 같이 분해가 가능해요 ㅋㅋㅋ

 

 이 교착어와 같은 언어는 주로 북방민족 제어들에 많이 분포해있어요. 한국어, 일본어, 터키어, 만주어 몽골어 등등과 같은 언어들이 속한답니다. 이 외에도 포합어라고 하는 접사에 여러 개의 문장성분이 포함된 유형이 있지만 중요하게 다루진 않을게요.

 

 언어에 대한 유형도 설명이 끝났겠다, 그렇다면 왜 한국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우기 힘들어할까요?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이렇게 설명한 '문법적인 유형'이 이질적이기 때문이에요. 서로 다른 문법 유형을 가지고 있는 언어들은 각자의 언어를 배우기 굉장히 힘들어해요.

 

 그 말인즉슨 우리가 굴절어에 속한 외국어를 배우기 힘들어하는 만큼, 굴절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 또한 한국어를 배우기 힘들어해요. 또한, 일본어는 한국어와 거의 비슷한 문법을 지닌 교착어이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게 입문할 수 있고요. 


 그리고 두 번째! 언어를 배우면서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가 위에서 설명해 드렸다시피 문법적인 유사성도 있지만, 문화적인 요소도 매우 크게 작용해요. 보통 같은 성씨에 같은 파면 흔히 가족 혹은 머나먼 친척이라 생각하듯이 언어 또한 인도유럽어족이란 같은 문중에 그 하위개념인 군과 파까지 같게 속하는 언어들은 굉장히 흡사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는 구어로 들었을 땐 서로를 잘 모르지만 서면어 형식으로 보았을 땐 서로의 언어를 보며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해요. 왜냐하면, 계통이 같으면 비슷한 문법과 단어를 공유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영어권 화자가 같은 게르만어군에 속하는 아이슬란드어를 쉽게 배울지, 아니면 도버해협 건너 맞닿아 있는 프랑스어를 쉽게 배울지 이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왜냐하면, 서로 가까이 붙어있는 영국과 프랑스는 수많은 교류를 해 왔고, 그 결과 다른 어군에 속할지라도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기 때문에 비슷한 단어와 회화표현이 많아지게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와 베트남어 전부 다 문법적인 유사성이나 공통분모는 없지만 '한자 문화권' 이라는 동일한 문화적 코드 덕분에 서로의 언어를 영어를 비롯한 타국의 언어들보다 더욱 더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자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짧게짧게 말하면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문법적인 이질성도 있겠지만 문화적 코드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어의 입문 난이도가 쉬운 이유는 문법적인 유사성도 있지만 문화적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

 


 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사실 너무 당연한건데 쓸데없이 길게 죽죽 늘어났네요. 그렇지만 아무리 문법이 이질적이고 문화적 코드가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혹은 유사하고 맞는다 하더라도 어학의 길은 왕도도 없고 정말 끝이 없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에 정진하는 것 만이 답입니다.... 어떤 언어들이든 간에 깊게 파고들면 답이 없어요 .다음 시간엔 '방언' 으로 찾아뵐게요!

Copyright. 스피드웨건. (유튜브 등 불펌 금지)


  ↓ 클릭하면 재생목록 (유튜브 채널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