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는 왜 무죄 선고를 받았을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해 평균 540명의 병역거부자가 있었습니다. 이중 99.5%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의 교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고, 0.5%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거부했습니다.


병역거부자 형사처벌

(국제신문)



 병역은 의무사항이므로 거부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들 대다수는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근데 2017년부터 하급심인 지방법원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횟수가 많아졌고, 최근 대법원에서는 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거부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려 14년 만에 판례를 뒤집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보통 하급심의 무죄 판결은 상급심인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유죄로 뒤집혔습니다. 근데 점차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횟수(2015년 6건, 2016년 7건, 2017년 44건)가 늘어나다가 이제는 대법원에서도 입장을 바꿨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 입영을 피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벌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는 분명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 텐데, 법원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호와의 증인


 여호와의 증인이란 종교는 19세기 미국에서 탄생한 신종파입니다. 한국에는 2010년 기준으로 약 10만여 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고, 전 세계적으로 약 800만 명의 신도가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종교 교리 중에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라"라는 성경 교리가 있는데, 이에 따라 전쟁 행위 자체를 반대합니다. 그래서 군 복무 자체를 전쟁 연습이라고 여겨 병역을 거부합니다. (※수혈을 거부하는 것으로도 유명)



 당연히 개인이 거부한다고 해서 국가에서 불법 행위를 인정해주지는 않습니다. 근데 이들은 다양한 근거로 병역 거부를 주장합니다. 주장하는 근거에는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와 세계인권선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유엔 권고 등이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괴상한 표현이 나온 이유도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서 나온 것으로 자칫 군대에 간 사람이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서 표현을 문제 삼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든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서는 병역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고, 유엔에서는 2004년, 2006년, 2010년, 2011년, 2015년 등 대한민국에 여러 차례 대체복무 허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엔의 권고를 우리나라가 지킬 이유는 없습니다. 근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유엔에 가입한 국가라는 겁니다. 우리가 원해서 가입했고, 규약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는데, 권고를 무시하기가 조금 곤란합니다.


병역거부 처벌 논란 일지


 종교적 이유 병역거부자는 이런한 근거를 바탕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병역 거부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2004년과 2011년 병역법 제88조 1항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어떤 근거로 주장하더라도 병역거부는 불법이었습니다.


 근데 이런 인식은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2004년 5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처음으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2016년 10월에는 고등법원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2018년 11월 1일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무죄 판결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하는데, 군대에 복무하는 일이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인정해준 겁니다.



 이외에도 국제인권 규범의 해석과 징병제를 하는 여러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상황 등도 판단에 작용했습니다. 또한, 이미 방위산업체·공익근무 등 군 복무가 아닌 대체복무형태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13%에 달합니다.


 근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전체 인원의 0.2% 수준으로 이들 인원을 교도소에 보내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보다 대체복무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자는 판단입니다. (※보통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합니다. 왜냐하면, 1년 6개월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병역이 면제되어 중복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1년 2개월의 시간이 지나면 석방해줍니다.)


문재인 대통령 병역거부

(이전부터 대체복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문재인 대통령 ⓒ법률방송)


 하지만 국민 정서와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특히 군대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로 소수라는 이유로 예외적인 선택 기회를 준다는 게 문제가 많습니다. 어쨌든 판례가 뒤집힌 만큼 어떤 식으로 대체도입이 이루어는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아마 합리적 대체복무제가 나오기까지 많은 의견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징벌적 대체복무제가 또 다른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집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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