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회에서 종이컵만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머그잔이나 유리컵이 아닌 종이컵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에서는 2018년 8월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안에서 일회용 잔을 사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앞장서서 지켜야 할 국회에서 종이컵만을 사용해야 한다니 의아합니다. 근데 이유를 알고 보면 참 재밌습니다.


(좌)오전 (우) 오후



 2017년 73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오전에는 머그잔을 사용하다가 오후에는 종이컵을 사용했습니다. 이에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도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냐고 지적했는데, 신 의원의 지적에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위원장이 머그잔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교체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교체의 근거로 국회법 제 148조를 언급했습니다.


제148조(회의진행 방해 물건 등의 반입 금지)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 안에 회의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전문개정 2005.7.28.]


 국회법 제148보면 위와 같습니다. 내용을 보면 회의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근데 머그잔이 왜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라는 걸까요?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깨질 위험보다는 과거 전례의 영향이 큽니다.


(국회 난투극) 



 지금의 국회도 신사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국회는 더욱 심했습니다. 툭하면 난투극이 일어나곤 했고, 국회의원들끼리 물건을 던지면서 몸싸움을 한 사례가 많습니다. 1958년 8월 20일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면 '후레자식'이라는 욕설과 함께 재떨이와 컵 등을 던지며 난투극을 벌였다고 하고, 1965년 8월 4일 경향신문의 기사를 보면 의원들 얼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재떨이는 알루미늄 재떨이로명패는 종이 명패로, 컵은 플라스틱 컵으로 바꾸도록 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동아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경향신문)


 참고로 과거 국회에서는 실내 흡연을 할 수 있었으므로 재떨이가 존재했는데, 이 재떨이를 던지면서 싸웠다는 겁니다. 그래서 1967년에는 맞아도 덜 아픈 양은의 고정식 재떨이를 설치했습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회의원은 힘으로 재떨이를 떼어 내서 던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19739대 국회부터 새 국회법에 따라 금연 조치를 시행했고, 재떨이는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2005년 9월에는 본회의장을 전산화하면서 고정식 전자명패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상임위나 특임위에서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의 플라스틱 명패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유리컵이나 머그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유리컵 폭행

(동아일보)


 대표적인 사건을 보면 1996년 9월 20일 모 의원이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여야 간사들과 국정 감사의 증인채택 문제로 논의하던 중 말다툼이 일어나 홧김에 동료 의원에 유리컵을 휘두른 사건이 있습니다. 유리컵으로 세 차례나 내리찍었다고 알려졌고, 사고 이후 공개 사과로 마무리했습니다.


국회 종이컵

(2018년 11~12월 사진)


 당시 유리컵을 휘두른 의원은 구두 경고만 받았는데, 이 사건 이후로 국회에서 유리컵 사용은 금기시됐습니다. 이런 흑역사가 있다는 게 참 재밌습니다. 국민의 대표로 뽑힌 사람들이 국회에서 폭력을 사용한다는 게 그만큼 부족한 게 많았던 시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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